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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 태어난 자리, 틀모시장을 걷다
  • 등록일2026.02.25
  • 조회수84

줄이 태어난 자리, 틀모시장을 걷다


 


 

기지시 줄다리기의 뿌리를 찾아...


  


 


정다운 마을기자 


발행일 : 2026.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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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끝자락의 당진시 송악읍에 위치한 틀못광장은 유난히 고요했다. 지금은 차량이 드나들고 주민들이 오가는 평범한 공간이지만, 이곳은 한때 수만 명이 모여들던 장터의 심장이었다.


그리고 굵은 볏짚 줄이 다려지던, 기지시 줄다리기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흔히 기지시 줄다리기를 축제로 기억한다


거대한 줄, 양편으로 갈라선 사람들, 승패를 가르는 함성. 그러나 줄다리기의 본질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도착하는 곳은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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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 있는 공동체의 중심, 틀모시장


기지시는 조선시대부터 상업이 발달한 마을이었다. 한양에서 서남해안으로 향하는 길목인 면천을 지나 한나루를 건너기 전 머무는 교통 요지였다.


평지가 넓어 이동이 수월했고,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장이 형성됐다.


풍년이 드는 해에는 장이 붐볐고, 장이 붐비면 마을은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장의 흥성은 늘 이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의 발길을 꾸준히 붙잡아 둘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렇게 볏짚으로 굵은 줄을 꼬고, 마을 사람들이 함께 잡아당기는 줄다리기가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장이 서야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여야 마을이 산다. 이렇듯 주민들에게 줄은 단순한 놀이 도구가 아니었다.


재난을 막고, 풍년을 기원하고, 장사의 번창을 바라는 마음이 엮인 공동체의 상징이었다.


 


 

그 마음이 모이던 자리가 바로 틀모시장(현재 틀못광장)이었다.


이곳에서는 나라의 안녕을 비는 당제와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장승제, 비를 부르는 용왕제, 상인의 번창을 비는 시장기원제가 함께 열렸다


신앙과 상업이 분리되지 않은 공간이었다.



 

줄다리기는 그 중심에서 제의와 시장, 마을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행사이기도 했다.


삶과 믿음, 경제가 뒤섞인 자리에서 줄은 공동체를 이어주는 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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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옥 기지시리 이장은 말한다.


기지시는 농촌 마을이 아니라 상업 마을이었습니다. 사람이 많이 모여야 장사가 잘됐죠. 그래서 줄다리기를 만들고, 설화도 생기고, 제의도 이어진 겁니다줄다리기와 시장은 따로 떨어진 게 아닙니다.”


그는 특히 틀못광장의 의미를 강조했다.


줄이 태어난 자리가 바로 이곳입니다. 박물관만 보고 가는 게 아니라, 실제 줄을 만들고 제의를 지내던 공간을 함께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기지시 줄다리기의 진짜 가치가 보입니다.”



 

과거 줄 제작 역시 이 틀모시장 한복판에서 이뤄졌다. 지금은 박물관 인근에서 줄을 만들고 있지만, 마을은 다시 이 자리에서 줄을 다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줄이 태어난 자리로 돌아가겠다는 것. 공동체의 상징을, 다시 공동체의 중심에서 잇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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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질 뻔한 줄, 이어진 공동체


기지시 줄다리기는 윤년마다 열리는 대규모 행사였다. 면천·순성·신평·당진 등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왔다. 장터는 발 디딜 틈이 없었고, 물건은 불티나게 팔렸다.


고추를 팔아 자녀를 서울로 유학 보냈다는 이야기, 축제 열기 속에 임산부가 아이를 낳았다는 일화, 상대편 줄에 양잿물을 뿌릴 만큼 치열했던 경쟁담까지.


줄다리기는 사람을 모으고 마을의 경제를 움직이는 힘이었다.


한번 축제를 치르면 나머지 몇 해를 먹고살 수 있을 만큼 장사가 잘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당시 당진에서 기지시가 가장 부유한 마을이었다는 증언도 있다.


줄은 여러 차례 끊어질 위기를 맞았다.


일제강점기에는 민심의 단결을 두려워한 일제의 박해와 압력으로 행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주민과 지역 인사들이 다시 복원하며 줄은 이어졌다. 이후 도시화와 교통 발달로 시장이 쇠퇴하면서 줄다리기 역시 침체기를 겪었다.


학생과 예비군까지 동원해 명맥을 이어가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럼에도 줄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 마을이 가장 서두르는 일은 기록이다. 80대 이상 어르신들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구술을 남기고, 영상으로 보존하려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줄은 남아 있지만, 줄을 잡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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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시리 이병옥 이장은 줄다리기의 본질을 공동체에서 찾았다.


줄다리기는 개인주의 시대에 함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동체 행사입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내년부터는 줄 제작을 다시 틀모시장 자리에서 해보려고 합니다. 틀못광장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역사적 가치와 전통을 현대적으로 잘 살려 지역 경제와 문화가 함께 성장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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